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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배구 고(故) 고유민 선수 극단적 선택 배경이 되는 일기 발견

경기도 광주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고(故) 고유민(25) 선수가 생전에 적은 일기장이 공개됐습니다. 1일 MBC가 공개한 일기장에 따르면 고 선수는 리베로로 역할이 배정된 이후 수면제를 먹을 정도로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로 인한 악성댓글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2013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에 입단한 고유민 선수는 리시브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9~2020시즌 고예림과 황민경의 백업 레프트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다 주전 리베로인 김연견 선수가 지난 2월 초 왼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되자 이영주 선수와 함께 잠시 리베로로 전향하는 등 총 25경기에 출전했었습니다.

고유민 선수는 김연견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노력했지만, 당시 현대건설은 수비 불안 약점을 드러내며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고, 고유민 선수도 전문 리베로가 아닌 탓에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자 이에 팬들의 비판이 고유민 선수에게 많이 향했었습니다.



고 선수는 일기장에서 “우선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제 선수 생활 처음부터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며 “제가 이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본 자리에서…”라며 “주전 연습할 때도 코칭 스텝들이 거의 다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고 선수는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연습을) 해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싶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텝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텝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고 선수는 “그러다 보니 수면제 없인 잠도 못 잘 상황까지 됐고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고 선수의 지인들 증언도 이어졌다. 고 선수의 선배는 “팀에서 무시당하고 자기 시합 못 하고 오면 대놓고 숙소에서나 연습실에서나 그런 거 당한 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고 선수의 어머니 역시 “사람을 완전 투명인간 취급한다더라”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고 선수는 현대건설에서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활약했지만 발목 부상으로 잠시 리베로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올해 3월 초 돌연 팀을 떠났고, 두 달 뒤인 지난 5월 한국배구연맹(KOVO)는 임의탈퇴를 공식화했습니다.



지난 2월 리베로로 활약한 고 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악플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한데요, 고 선수는 당시 팬들과 왕성한 소통을 해왔던 인스타그램에 댓글 기능도 제한했습니다.


또한 고 선수는 악성 댓글로 힘든 시기를 보낸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그는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 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31일 오후 9시40분쯤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고 선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고 선수의 전 동료가 계속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걱정돼 자택을 찾았다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 비춰 고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조만간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또한 고유민 선수 주위의 괴롭힘 등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위해 고인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여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또 고인의 가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고유민이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이 있는지 적극 조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